직장인을 위한 월급관리 초심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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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지출이 어떤지 파악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머릿속에 가계부가 있어 모든 수입과 지출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카드 결제금액이 나가고, 월세가 나가고, 공과금이 나가고, 경조사 등 통장에서 출금할 일이 생기고, 적금 자동이체가 빠져나가고 그렇게 무수히 쌓여가는 입출금 내역은 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없게 만들죠.
그 때 필요한 것이 통장을 쪼개는 것입니다.
1. 통장 쪼개기
기본적으로는 월급 계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통장은 사실, 개인의 용도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장을 쪼개야 하는 이유가 되는 지출은 아래와 같습니다.
- 비상금 관리, 이체 수수료, 자동이체 관리, 출금 관리
비상금은 무의식중에 손을 대기가 쉽습니다. 급여 계좌에 매달 10만원씩을 비상금으로 남겨놔야지 해도, 입출금 내역이 쌓이다 보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죠. 이런 돈은 특히 지출 내역에서 무의식중에 누락하고 생활비를 산정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계좌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비상금은 쓰일 일이 잘 없지만 언제 쓰일 지 모르는 돈이므로, CMA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수시입출금 통장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체 수수료를 위한 계좌는 최근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계좌입니다. 다수의 은행이 월급통장에는 이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뿐더러, 최근 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이체 수수료나 출금 수수료를 무료로 해 주고 있으니까요.
주의하셔야 할 부분은, 급여 이체 계좌라고 해도 상품의 종류나 등록 여부에 따라 수수료가 무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에 급여를 받기 시작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수료가 무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급여 상품으로 변경하고 급여이체 코드를 등록하는 등의 사후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저는 급여계좌에 자동이체를 걸어 두는 편입니다. 급여계좌에서는 개인적인 이체나 출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월급이 들어오고 용도에 따라 분산하는 이체와 자동이체 출금 외에는 별도의 입출금이 이루어지지 않아 관리에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출이자 상환, 공과금, 통신비, 적금 출금 등등 다양한 자동이체 출금이 발생하고 그 내역을 명확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면 별도의 계좌로 자동이체를 몰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자동이체는 날짜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으므로, 자동이체 시작일 직전에 돈을 넣어두면 계좌를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습니다.
출금 관리의 경우 부득이하게 현금을 뽑아야 하는 일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주로 경조사비가 되겠지만, 현금을 뽑아야 할 때 비싼 수수료를 내고 뽑아야 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죠. 저는 돈을 채워두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모바일로 비상금 통장에서 해당 계좌로 즉시 이체하고 출금하는 용도의 계좌를 별도로 갖고 있습니다. 이런 계좌의 중요한 점은 직장 혹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출금할 수 있는가, 수수료 면제의 시간 혹은 범위는 어떠한가가 되겠죠.
제 경우에는 급여이체 계좌 1개, 비상금 CMA 계좌 1개, 출금용 계좌 1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급여이체 계좌에서는 적금이나 카드대금 등이 출금되고, 비상금 CMA 계좌는 이체 수수료가 무료라 비상금 관리와 이체를 하고 있습니다. 비상금은 항상 월급의 2배 수준에서 유지하고 남는 금액은 적금 상품으로 옮기고 있죠.
2. 적절한 소비 관리하기
지출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전체적인 지출 관리의 필요성을 말씀드렸지만, 생활비라는 범위 내에서의 관리 또한 필요합니다.
2000년대 초에 있었던 카드 대란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신용카드는 잘못 쓰면 본인의 수입에 비해 과도한 지출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칼이 때로는 요리를 하는 데 쓰이고 때로는 흉기가 되듯, 적절한 관리 하에서는 신용카드는 본인의 소비 패턴을 관리하고 적절한 혜택을 받는 데 좋습니다.
관리를 할 수 없는 분이라면 체크카드를 추천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체크카드는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습니다. 별도의 통장에 체크카드를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잔액을 관리해야 하는 스트레스 또한 발생한다는 부분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신용카드로 과도한 소비를 하는 분들이 체크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 저는 그 이유가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서 오는 심리적 효과와 체크카드가 소비의 발생을 좀 더 직관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로도 누적 사용금액 표시와 생각의 전환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누적 사용금액이 표시되면 이 달의 사용금액을 알 수 있어 체크카드의 잔고 표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생각의 전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의 전환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할부를 사용하지 말 것
- 소비에 대해 발생주의적인 관점을 가질 것
할부는 소비를 왜곡시킵니다. 살 때에는 매달 이 만큼의 소비가 기저에 깔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만, 다음 달만 되어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이 달의 소비금액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비에 대해 항상 발생주의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카드 대금이 나가는 날이 돈이 나가는 날이 아니라, 카드를 긁은 날이 돈이 나간 날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카드 대금이라는 단위로 현금의 지출을 바라보면 자신의 개별적인 소비 항목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소비에 대한 발생주의적인 접근은 비단 신용카드 이야기가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출에 대해 가져야 하는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물론 이 내용들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해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용카드 명세서에서 한 번에 소비내역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과, 일반적으로 신용카드가 체크카드에 비해 혜택이 좋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의 신용이 대출과 신용카드로만 측정되기에 저는 가급적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권하는 편입니다.